돌잔치는 아이가 태어난 지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날에 진행하는 의미 있는 행사입니다. 돌이라는 단어는 '한 돌을 맞이했다'라는 의미로, 아이가 건강하게 첫 해를 보냈음을 축하하고 앞으로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식입니다. 그 돌잔치에서 행해지는 돌잡이 의식은 돌잡이행사에 사용되는 상징물들을 아이가 어떤 것을 잡는지를 통해 아이의 인생을 예견해보는 아주 흥미로운 행사이기도 하며 돌잔치의 백미이기도 합니다.
돌잡이의 기원 – 점을 보는 마음
돌잡이는 단지 귀여운 놀이가 아니다. 그 속에는 오래된 삶의 불안과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생존과의 싸움이었다. 위생과 영양 환경이 좋지 않아 태어난 아기 중 상당수가 돌을 넘기지 못했다. 그만큼 ‘돌잔치’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났음을 알리는 축제이자 안도의 한숨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돌잡이는 자연스럽게 ‘아이의 미래를 점치는 상징적 의례’로 자리를 잡았다. 실, 돈, 책, 붓, 청진기 등 다양한 물건들이 아이 앞에 놓이고, 아이가 무엇을 집느냐에 따라 “이 아이는 장차 부자가 되겠구나”, “공부를 잘 하겠어”, “의사가 될지도 모르지” 같은 말이 오간다. 이것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품은 바람의 형상이었다. 자신의 아기가 무사히 자라길, 똑똑하고 정직하게 살길, 가난하지 않길 바라는 진심이 담긴 하나의 '기도'였던 것이다. 그래서 어떤 물건을 잡든, 어른들은 박수를 치며 웃었다. “그래, 네 마음 가는 대로 살아도 좋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손끝에서 시작되는 운명의 상징들
돌잡이에 사용되는 물건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예전에는 실이나 붓, 돈 같은 전통적 의미의 물건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마이크, 청진기, 노트북 모형, 심지어 축구공까지 등장한다. 그만큼 부모들의 기대와 사회의 관심사가 변해왔다는 뜻이다.
돈-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실- 오래오래 살라는 수명 장수의 상징.
붓 또는 책 - 학문과 지혜를 상징하며 공부를 잘 하기를 기원.
청진기- 의사 등 전문직으로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
마이크 또는 공 - 예능인, 운동선수 등 현대 사회의 인기 직업 반영.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을 집느냐보다, 그 순간 가족들이 함께 웃고 기뻐하는 장면이다. 아이의 작은 손이 무언가를 쥐는 그 짧은 찰나가, 온 가족에게는 하나의 감동이 된다. 마치 아이가 세상과 처음으로 대화하는 듯한 장면. “나는 이걸 선택했어요”라는 듯, 말 없이 손으로 자기의 길을 열어보이는 느낌. 그러니 돌잡이는 하나의 예언이 아니라, 가족과 아이가 처음 맺는 '약속'과도 같다.
돌잡이의 변화 – 콘텐츠가 된 의식
요즘의 돌잡이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인 소비문화와 융합되고 있다.
호텔 연회장에서 열리는 고급 돌잔치, SNS 생중계로 전국에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가족들,
전문 사회자가 돌잡이를 진행하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세심한 이벤트까지.
이제 돌잔치는 단순한 가족 행사를 넘어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다.
물론 이런 변화는 전통을 가볍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통의 재해석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다.
우리가 왜 이 아이의 첫 선택을 응시하고, 함께 기뻐하는가?
그것은 여전히 돌잡이가 가족의 사랑과 기대, 그리고 삶의 방향을 함께 축복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미래 직업 맞추기' 게임보다는,
‘이 아이가 스스로 무엇을 좋아할까’를 관찰하는 기회로 돌잡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예를 들어, 책과 악기, 동물 인형, 나무 조각 등 다양하고 의미 있는 물건들을 준비해
아이가 무엇에 관심을 보이는지를 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대화 방식이 되는 것이다.
돌잡이 그 이후 – 우리가 진짜 바라는 것은
돌잡이가 끝나고 잔치가 마무리되면, 사람들은 돌아간다.
사진은 앨범에 꽂히고, 영상은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그러나 그날의 기억은 모두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돌잡이는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의식이지만,
가족들은 그날을 곱씹으며 아이의 첫 ‘선택’을 이야기한다.
돌잡이는 어쩌면 부모와 어른들이 아이에게 바라는 삶의 모습을 압축해 보여주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보다,
‘어떻게 살아가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진심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진짜 바라는 건 무엇일까?
높은 연봉? 안정적인 직장? 아니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용기?
돌잡이가 그저 귀여운 이벤트에 머물지 않으려면,
그 순간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도 조금 달라져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아이가 무엇을 잡았느냐가 아니라
그 손을 잡고 “괜찮아, 어떤 길을 가도 널 믿을게”라고 말해주는 가족의 태도일 것이다.
돌잡이는 아이가 처음으로 자신을 표현한 날이자,
가족이 그 표현을 존중해주는 첫 순간이다.